고립·취업 스트레스 시달려도 인천 청년들 마음 돌볼 곳 없다
지난해 20·30대 우울증 환자, 2020년 대비 각 35.9%, 69.7%나 늘어
상담기관은 청년마음건강센터가 유일… 전문인력 확충 등 대책 시급
인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치솟는 생활비, 사회적 고립이 겹치면서 20~30대에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시민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5.5%로 전국 평균(23.7%)보다 높았고, 우울증상 유병률은 전국(3.5%)의 1.5배 수준인 5.1%였다.
20~30대 청년층들은 더욱 심각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민주)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 2020년 대비 2024년 우울증 환자 수 증가율은 30대가 69.7%, 20대가 35.9%로 나타나 사회·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청년층에서 뚜렷한 상승세가 확인됐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우울증 환자가 6만4천여 명으로 전국 네 번째로 많았다.
현장 상담 수요도 이를 방증한다. 청년마음건강센터는 현재 인천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청년 전용 정신건강기관이다. 이곳은 우울·불안 자가검진과 상담을 거쳐 필요시 병원 치료로 연계하며, 원치 않으면 장기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인력은 사회복지사 4명에 불과해 예약이 몰리면 대기 기간이 평균 1~2주나 된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상담 수요가 꾸준히 늘지만 인천 전체를 감당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담 대기와 인력 부족은 청년들의 생활 속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목소리에서도 불안은 확인된다.
취업 준비 중인 20대 주모 씨는 “취업 준비만 3년째인데 불안 탓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며 “병원 진료는 비용 부담이 커 무료 상담 위주로 찾고 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직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변에서도 상담을 알아본다”며 “대기 기간이 길어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신건강 악화를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본다. 코로나 시기 단절 경험과 1인 문화 확산이 고립을 키우는 데다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 등 사회적 압박이 더해져 위기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윤정혜 재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구조적 취약성이 커 단기 상담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상담·복지·교육을 아우르는 연계와 상담사 확충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시 관계자는 “예산은 국비·시비 매칭 방식이라 크게 늘리기 어렵고, 인력 충원은 보건복지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